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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일지/러시아

[러시아] 전쟁국가에 진입하다 (0)

by Roast and Write 2025. 1. 31.

내 인생 처음, 전쟁국가로 들어간다.
사람들은 이 국가를 "러시아"라 부른다.

 
 

러시아를 가게 된 계기


 
 
아버지께서는 러시아로 출장을 가시곤 했다.
다른 이유는 아니고, 단지 아버지 회사의 주 거래처가 러시아에 있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러시아를 그 누구보다 많이 가셨었다.
 
 
그러나 2022년,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사태가 발생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여 전쟁을 일으킨 것이다.
전세계는 러시아를 향해 등을 돌렸고,
러시아는 그렇게 지구에서 고립되었다.
관광객의 발길은 끊겼고, 해외 자본은 앞다투어 철수하였으며,
서구 열강들은 러시아에게 경제재제와 관세를 부과해
러시아가 경제적으로 붕괴되게끔 만들었다.
그렇게 개전 이후, 아버지는 러시아에 발도 딛지 않으셨다.
러시아가 위험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한번쯤 러시아를 방문해야 했던 아버지가 자리를 오랫동안 비우시자, 거래에 차질이 생겼던 것이다.
어떻게 된 영문인진 모르겠지만,
그 위험을 무릅쓰고 아버지는 다시 한번 러시아에 가시게 되었다.
그러나 전과는 달리 이번엔 동행하는 사람이 없기에,
2023년, 아버지는 나를 이 여행에 초대하셨다.
 
 

러시아 여행, 가는 것이 맞았을까


 
 
나는 처음에 미친건가 싶었다.

 

"아니, 그 전쟁 중인 국가를 들어가겠다고?"
"지금 상황도 안좋은데 갔다가 죽는 것 아닌가?"
 
온갖 생각이 나의 머리를 헤집어 놓았다.
그 당시, 뉴스만 틀면 러시아의 뉴스가 한창이었기에
더욱더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가족들의 생각도 동일했다.
그곳을 어떻게 들어가냐부터 시작해서,
그 지역에 들어갔다가 죽을 수 있다는 엄포까지 놓았다.
 
 
학교 선생님 또한 처음에는 체험학습* 서류를 수리해 주지 않았다.
그곳을 들어가는 것이 말이 되냐고 나에게 꾸중을 했다.
친구들 또한 나를 걱정해 주었다.
 
 
하지만 깊게 생각해보니, 이것이 나쁘지만은 않을 것 같았다.
이것도 하나의 좋은 경험이 될 것이고, 나에게는 또 다른 하나의 추억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렇게 나는 러시아행을 결정했다.
 
 

체험학습*: 학생이 해외 또는 국내로 여행을 다녀올 시 출석을 인정해주는 제도

 

 

러시아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해


 
 
2023년 12월 23일, 결전의 날이 밝았다.
이번 여행은 UAE의 두바이를 경유하여 러시아로 입국해 열흘간의 업무을 마치고
다시 두바이로 돌아와 1박 3일동안 휴양을 한 뒤 복귀하는 일정이었다.
시작은 23년, 끝은 24년이었다는 것이 이번 여행의 특징이자 매력이었다.
 
 

이번 여정을 함께할 항공권

 
 
이번 여정에는 에미레이트 항공과 함께했다.
앞서 서술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러시아에 경제재제가 걸려
직항 항로가 모두 없어졌기 때문이다.
러시아로 가는 항공사는 몇 없었다.
기껏 해봐야 중국 항공사, 그리고 돈만 많은 제3세계 중동 항공사들 뿐이었다.
 
 

A380 항공기. 크기가 굉장하다.

 
 
비행기는 밤비행기라서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10시간을 비행하는데도 그리 피곤하지 않았다.
역시 밤비행기라 그런지 행복했다. 에미레이트 항공 사랑합니다
 
 
그렇게 10시간을 날아 두바이에 도착했다.
사진에 담지는 못했지만, 두바이 공항도 오일머니의 힘을 받은 것인지 규모가 상당했다.
이래서 에미레이트 항공이 세계 최고의 항공사라고 부르는가 보다.
두바이 공항이 이렇게 좋으면 실제 시내는 얼마나 좋은 것일까....
내심 궁금했다.
 
 
이렇게 큰 기대를 뒤로하고 나는 러시아로 가는 항공기로 환승했다.
항상 그렇지만, 새로운 곳을 가는 것은 항상 긴장된다.
하지만 이런 긴장감과 기대감에서 우리는 한층 더 성숙해지고, 성장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믿음을 가지고 있어야 여행을 하기가 훨씬 쉽다.
그것이, 진짜 여행인 것 같다.
 
 
혼자서 이런 개소리를 생각하면서 고민할 즈음,
어느새 비행기는 러시아의 모스크바 도모데도보 국제공항으로 착륙하고 있었다.
러시아의 입국심사는 얼마나 빡셀까, 내가 맡긴 수하물은 정상적으로 나오긴 할까...
여러가지 생각이 내 머리속을 감돌 때 나는 벌써 입국심사대에 서있었다.
나는 그 당시 러시아어의 'ㄹ'자도 몰랐기에 아버지와 함께 입국심사대에 올랐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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