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나를 보고 전쟁하는 나라를 왜 가냐고들 한다.
그들은 전쟁국가가 이토록 평화로울 지는 꿈에도 몰랐을 거다.
지난 이야기
러시아 입국을 잘 마치고, 식티프카르라는 도시로 넘어왔다.
그 지역에 있는 기업 공장을 방문하러 갔다.
공교롭게도 그날 회사에 잔치가 있어 우리도 참석하였다.
참 재미있는 도시였다.
일정을 마치고 우리는 모스크바로 돌아왔다.
정이 없는 도시
유럽에서 손에 꼽으면 꼽'혔던" 명소, 모스크바.
전에는 분명 세계에서 아름다운 도시 순위에 꼭 오르더니,
전쟁 이후 관광객의 발이 뚝 끊겼다.
그래서인지 그 도시에 동양인은 우리밖에 없었다.

모스크바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샤슬릭을 먹었다.
샤슬릭은 꼬챙이에 고기를 꽂아서 구워먹는 중앙아시아 음식인데, 주로 구소련권 국가들이 많이 먹는다고 한다.
우즈베키스탄 가서도 먹어보긴 했는데, 러시아에 와서 먹는 것은 또 다른 맛이었다.
우즈벡 샤슬릭은 정통 할랄*, 러시안 샤슬릭은 세속적인 음식이었다.
할랄*: 이슬람 율법에서 허용한 식품.
음식 가격은 두명이서 3000에서 3500루블 (한화 약 4~5만원)가량 나온 것으로 기억한다.
러시아 물가에 비해 모스크바는 너무 음식값이 비쌌다.
수도라서 그럴 수 있다만, 너무 심각하게 인플레이션이 온 것인지
사람들이 경제관념을 상실한 듯하다.
스타스 커피
모스크바 시내를 걷다가 엄청난 것을 깨닫게 되었다.
바로 해외 자본이 철수한 자리에
짝퉁 기업이 들어선다는 것이었다.

아버지와 커피를 마시러 시가지로 나왔다.
길거리에는 스타스 커피라는 카페가 들어서 있었다.
스타스 커피... 뭔가 생소하면서도 낮익었다.
지금 다시보니 스타벅스였다.

스타스 커피에서 아메리카노 2잔과 치즈케이크 1개를 주문했다.
누가 봐도 스타벅스에서 파는 것이랑 똑같이 생겼지만, 애써 무시하고 커피를 즐겼다.
예상했듯, 맛 또한 스타벅스와 일치했다.
고소함과 산미는 없고, 쓴맛만 난무하는 커피... 딱 스타벅스 스타일이다.
정은 없지만 아름답다
모스크바,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아름다운 도시인듯 하다.
물론 그 지역 사람들이 정은 없지만서도 착했다.
외국인을 오랜만에 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전쟁만 없었으면 아마 세계적인 관광지가 되지 않았을까 싶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면 모두 행복해보였다.
피로를 이기지 못해 항상 한 손에 커피를 들고 다니는 어느 나라 사람들과는 달랐다.
연말이라 그런건가, 모든 사람들이 축제 분위기였다.

모스크바 시가지를 구경한 이후, 모스크바의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는
성 바실리 대성당에 방문했다.
역시나 건물은 크고 웅장했고 이걸 사람이 어떻게 지었나 싶었다.
성당 옆에는 대통령 관저인 크렘린 궁전이 있었다.
다른 게 아니고 대통령이 "궁전"에 거주하는 것이 신박했다.
러시아의 역설
지금 생각해 보면러시아는 참 역설적인 나라같다.
분명 전쟁중인 나라이지만 분위기는 그렇지 않았다.
모두가 일상생활에 종사하며 각자의 행복을 찾았다.
분명 내가 예상한 러시아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 놀랐다.
아버지는 이 분위기를 예상하셨듯 말없이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 중 일부를 발췌했다.
어쩌면 여행 또한 비슷한 맥락이지 않을까.
자세히 볼수록 아름답고,
오래 보아야 매력이 있는 것이 여행지의 특징인듯 하다.
여행지가 매력이 없이 느껴진다면,
한번 자세히 들여다보자.
어쩌면 그 내면에 숨겨져 있는 장점과 매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모스크바에서의 시간은 정말 짧았다.
아름다웠지만, 터득한 것도 많았다.
언어의 장벽을 두고 외국인과 소통하는 방법도 알아냈다.
굳이 타 언어를 배우지 않아도, 상대가 강도나 도둑이 아니면 충분히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다.
모스크바에서는 이틀 가량 머물렀다.
앞으로는 모스크바를 관광이 아닌 그저 환승 목적으로만 방문했다.
나는 다시 모스크바 도모데도보 국제공항으로 이동했다.
이번에 갈 도시는 이르쿠츠크 주에 위치해 있는 브라츠크(Братск)라는 도시였다.
이 도시로 이동할때 나는 시베리아 항공의 후신인 S7항공을 이용했다.
공항에 도착한 후, 그날 한 끼도 먹지 못한 우리는 식당에 들어가 피자를 주문했다.
왜그랬을까, 비행기 시간은 촉박했지만 배가 고팠던 우리는 눈에 뵈는게 없었던 것 같다.
시간이 흘렀다.
비행기 탑승시간은 가까워졌지만 피자는 나오지 않았다.
이대로 가다가 비행기를 놓치는 건가 싶었던 그때,
어디서 유리병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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