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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일지/러시아

[러시아] 추위 속으로 (3)

by Roast and Write 2025. 2. 7.

첫인상은 마치 디즈니의 겨울왕국과도 같았다.
온 세상이 눈에 뒤덮인 듯했다.
 
 

지난 이야기


 
 

북서지방 일정을 마치고 모스크바로 복귀했다.
모스크바 사람들은 친절했지만, 물가가 비쌌다.
러시아는 해외 자본이 아예 없었고 그자리에 러시아 기업이 남아서 장사를 했다.
모스크바에서의 일정은 짧았고, 이제 추위 속으로 들어간다.

 
 

취객을 만나다


 
 

참고용 사진

 
 

공항에 도착한 후, 그날 한 끼도 먹지 못한 우리는 식당에 들어가 피자를 주문했다.
왜그랬을까, 비행기 시간은 촉박했지만 배가 고팠던 우리는 눈에 뵈는게 없었던 것 같다.
시간은 흘렀지만 피자는 나오지 않았다.
비행기 탑승시간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 비행기를 놓치는 건가 싶었던 그때,
어디서 유리병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어떤 남자가 난동을 피우고 있었다.
깨진 술병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주위 사람들은 겁에 질려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나 또한 무슨일인가 싶어 정적에 빠졌다.
 
 
이윽고 공항경찰이 취객을 체포해갔다.
종업원들은 현장을 치우느라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정신없는 이 상황....
이것이 진짜 여행이라는 사색에 잠기면서 나는
비행기 시간이 다가오는 것은 꿈에도 모르고 맛있게 피자를 먹었다.
 
 

서리의 동방, 시베리아


 
 

주변 사람들에게 시베리아 하면 무엇이 떠오르냐고 물어보자.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견디기 힘든 강추위라고 대답할 것이다.
나도 그랬고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그럴 것이다.
이번 여행으로 나는 이 생각이 조금 더 확고해지지 않을까 싶다.

 

 

시베리아 지도



 
시베리아( Сибирь )는 러시아의 우랄산맥 동쪽, 아무르강 북쪽까지의 지역을 통칭한다.
시베리아에는 3개의 공화국, 5개의 주, 2개의 지방이 있는데
그중 나는 이르쿠츠크주, 그 안에 있는 브라츠크라는 도시를 여행했다.
 
 
모스크바부터 브라츠크까지는 총 5시간이 걸렸다.
저비용항공사를 탔는지라 타 항공사와는 별 비교할 점이 없었다.
물론 나는 비행시간 내내 수면을 취했기 때문에 더더욱 모르겠다.
 
 
브라츠크에 도착한 후 나의 생각을 말해보자면,
나는 살면서 이렇게까지 눈이 온 곳을 본 적이 없었다.
그곳은 완전히 눈에 뒤덮혀 있었다.
마치 동화 속 한 장면에 들어온 것 같았다.
 
 
브라츠크 공항에는 일행의 지인이 나와 있었다.
비즈니스 동료인지, 친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이가 좋은 것으로 보아 마치 옛 벗을 만난 것처럼 보였다.
 
 
 공항에서 시내로 이동할 때쯤, 일행의 신발이 찢어지는 일이 있었다.
그 당시에 날씨도 추웠기 때문에 더 큰일이 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이때 지인은 선뜻 자신의 여벌 신발을 내어주었다.
이럴 때 십년감수라는 말을 쓰는 것 같았다.
 
 

겨울왕국: 실사판


 

 
여행이란 것은, 스스로 고생길을 걷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수고로움에서 우리는 깨달음과 세상을 피부로 느낀다.
일상에서 벗어나 다른 환경에 몸소 진입하며
세상은 크고 넓다는 것을 직접 경험하는 것이다.
나는 여태까지 세상이 크다고만 배웠다.
세상이 이리 아름다울 지는 꿈에도 몰랐다.
 
 
브라츠크, 그 당시 온도는 영하 30도즈음 되었다.
그 온도와 그 날씨에 걷는 것조차 매우 힘들었다.
살을 에는 고통이 내 귀와 손가락을 휘어감았다.
한국처럼 바람은 불지 않았으나 온도가 낮았기에 그런 듯 했다.
여기는 시베리아다.
 
 
추위를 몸으로 뚫고 지나가니 어느새 숙소가 보였다.
숙소로는 아파트를 잡았고, 가격은 한화로 5만원가량 했다.
시베리아라서 그런지, 아파트를 땅에서 띄워 지은 것이 신기했다.

(시베리아는 건물 붕괴 방지를 위해 땅에서 50cm가량 건물을 띄워서 짓는다.)

 
 

러시안 샤슬릭.

 
 
이후 나는 러시아 2편에 나왔던 샤슬릭을 먹으러 갔다.
추운 곳에서 식당이라는 따뜻한 식당으로 들어갈 때에 그 느낌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었다.
시베리아에서 먹는 샤슬릭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동아줄과도 같았다.
 
 

브라츠크의 연말.

 
 

모스크바와 같이 여기 사람들도 연말에 들떠있었다.
러시아에서는 새해를 노비 고트(Новый год) 라고 부른다.
이때 사람들은 전등을 단 풍선을 하늘에 띄우고 축제를 한다.
사진으로 담지는 못했지만, 이곳에 엄청나게 큰 크리스마스 트리가 있었다.
 
 

병에는 콜라라고 써져있었다.

 
 

다시 한번 느끼지만, 외국 자본이 빠져나가는 상황에서는 내수 기업이 만세를 외친다.
나는 숙소로 돌아와서 공항에서 먹다 남은 피자와 콜라로 배를 채웠다.
그렇게 나는 재미있게 시베리아를 구경했다.
 
 
시베리아를 이틀정도 구경한 후, 나는 다시 모스크바로 돌아갔다.
모스크바를 간 이유는 다름이 아닌 러시아의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기 위해서였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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